마음을 사로잡은 디자인 문구

새하얀 벽으로 파릇파릇한 담쟁이넝쿨이 자란다. 다른 쪽 벽에는 만개한 벚꽃이 한창이고, 바닥으로는 동백 꽃잎과 대나무 잎들이 열을 따라 가지런하다. 이곳은 여느 바깥풍경이 아닌 빌딩 안, 브랜드 ‘어프리(Appree)’의 사무실이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나뭇잎들과 꽃잎들은 어프리의 대표 제품인 ‘스티키 리프(Sticky Leaf)’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점착 메모지가 맞다. 하지만 그동안 봐오던 그 점착 메모지와는 다르다. 자연의 그것과 몹시도 흡사해 멀리서 보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메모지로 덮인 사무실 벽을 사방에 두고 디자이너들 책상 위로는 나뭇잎 캐노피가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책상 사이로는 커다란 기린 인형과 야자나무가 우뚝 서서 그들을 내려다본다. 메마르고 삭막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왠지 모를 상쾌한 바람이 이는 듯하는 건 기분 탓일까? 시작은 2008년, 남상우 대표 혼자였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여 대학에 다닐 때는 그저 멋진 걸 디자인하고 싶었다. 자동차, 전자 제품, 휴대폰 등 남자라면 누구나 꿈꿀 만한 그런 제품들, 하지만 4학년쯤 도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디자인하는 ‘대상’이 아닌 그 대상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졸업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크리넥스 티슈 디자인을 선택했다. 지극히 평범한 티슈에 이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성을 집어넣으면 회기적인 무언가가 만들어질 것 같았다.

1,3 붉게 물든 낙엽이나 담벼락을 타고 뻗어나가는 담쟁이넝쿨 등 다양한 나뭇잎들을 모티브로 만든 ‘스티키 리프’, 빛깔을 비롯한 잎맥까지 세심하게 표현돼 책상, 모니터 등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좋은 풍경이 완성된다.
2. 대나무 잎을 본뜬 북마크펜(Bookmark Pen)과 바나나 리프 트레이(Banana Leaf Tray) 역시 자연물이 가지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디자인만 가미했다.
4. 2015년 하반기에 동백꽃을 선보인다. 동백꽃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소비자들은 동백꽃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연구 후, 다양한 샘플 제작을 통해 최종 결정된 것을 생산한다.
5. 국내 오프라인 매장이 숍 인 숍(shop in shop) 개념으로 약 250개정도 있다. 신제품 리뉴얼을 어떻게 할지, 제품들을 어떻게 진열할지 등을 현장 도면을 가지고 실제 사이즈에 맞춰 항상 시물레이션 해본다.
6,7 ‘스티키 리프’에서 사고를 더욱 확장해 만든 ‘스티키 블록’시리즈, 대리석, 나무, 콘크리트의 단면을 그대로 재현했다.
8. 지기구조를 활용한 패키지로 세워놓을 수 있게 만든 ‘스티키 리프’의 꽃 시리즈. 사무실 등 경직된 공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문을 열었더니 집 안에서 커다란 치타가 우아하게 걸어나왔고 온 집 안은 정글로 변해 있었다.” 남상우 대표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영화 속 한 자면을 사무실로 옮겨오고 싶었다. 치타 대신 기린이 서 있지만 어프리의 사무실은 숲 속에 온 것 처럼 상쾌하다.





글씨에 자연이 더해진다, 가히 아름답다
BOOKMARK PEN

2015년에 처음 선보인 펜이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반응이 뜨겁다. 책 사이에 나뭇잎을 넣어서 말리던 어릴적 추억에서 영감을 받았다. 책갈피로서의 기능을 넘어 메모를 통한 아날로그 감성까지 채워준다. 이 제품 역시 대나무 잎이 가지는 본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디자인만 가미했다.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대나무잎 가운데 줄기 부분을 볼펜 심으로 대치시켜 어색함 없이 잘 어우러진다. 제품의 측면까지 세심하게 컬러링해 나뭇잎과 더욱 흡사하게 완성됐다. 2016년엔 다양한 컬러와 모양을 선보일 예정이다